오므리 왕이 은 두 달란트, 약 68킬로그램어치 은을 주고 사마리아 산을 샀다. 이스라엘은 토지를 매매할 수 없는 나라 아니었나.
이스라엘에서 토지는 왜 팔면 안 됐어?
레위기 25장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모든 땅은 하나님의 소유다. 각 지파와 가문은 하나님에게서 땅을 영구 임차한 상태일 뿐, 소유권 자체를 넘길 수 없었다. 가난해서 어쩔 수 없이 팔았다면 친족이 대신 값을 치러 되찾아오는 고엘 제도가 있었고, 그것도 안 되면 50년마다 돌아오는 희년에 돈 한 푼 없이 원래 주인에게 돌아갔다. 땅은 가문의 기업이었고, 기업은 끊어지면 안 됐다.
그럼 오므리는 어떻게 샀어?
기원전 9세기의 북이스라엘은 이미 그 원칙이 무너진 상태였다. 다윗과 솔로몬 시대를 거치며 이스라엘은 하나님 중심의 지파 동맹체에서 관료제 국가로 바뀌었다. 세금을 걷고 영토를 확장하는 고대 왕국의 방식이 자리 잡으면서 토지를 사고파는 상업 거래도 일상이 됐다.
오므리에게 사마리아는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었다. 기존 수도인 디르사나 세겜은 에브라임, 므낫세 같은 지파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 지파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왕실만의 땅이 필요했다. 세멜에게 돈을 주고 샀으니 그 산은 이스라엘 전체의 땅이 아니라 오므리 가문의 사유지가 됐다. 오므리는 이스라엘의 율법보다 가나안 방식의 군주를 택한 것이다.
희년은 실제로 지켜진 적이 있었어?
많은 성서학자들이 이 질문을 던진다. 50년마다 기득권을 포기하고 토지를 돌려주는 제도가 역사에서 실제로 작동한 적이 있었을까. 인간의 탐욕이 지배하는 현실 정치에서 왕과 귀족이 자기 땅을 자진 반납할 리 없다. 희년은 처음부터 이상적인 법안이었을 가능성이 높고, 북이스라엘의 왕들에게는 상업적 확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었다.
나봇의 포도원이 이걸 증명한다
오므리의 아들 아합은 나봇의 포도원이 탐났다. 사서 왕실 채마밭으로 쓰겠다고 했고, 아니면 더 좋은 포도원과 바꾸겠다고도 했다. 나봇은 거절했다. “내 조상의 유산을 왕에게 드리기를 여호와께서 금하신다”는 이유였다. 율법의 언어였다.
이세벨은 거짓 증인을 세워 나봇을 죽였고 그 땅을 왕실 소유로 만들었다.
오므리가 사마리아 산을 살 때는 세멜이 순순히 팔았다. 나봇은 목숨을 걸고 거부했다. 차이는 사람에게 있었다. 북이스라엘 왕들은 율법을 안 지킨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파괴하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