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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고 말고 가장 오래된 도시들이 또 있어?

여리고가 ‘가장 오래된 성벽 도시’ 타이틀로 유명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인류 문명의 기초를 닦은 라이벌들이 몇 군데 더 있다. 괴베클리 테페 이후 흩어진 인류가 각지에서 어떻게 도시를 만들었는지, 그 거점들을 들여다보면 재밌는 장면들이 보인다.


차탈회위크 — 지붕으로 다니는 벌집 마을

튀르키예에 있는 약 9,500년 전 도시다. 여리고와 함께 신석기 도시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생김새가 독특하다.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길’이 없다. 사람들이 지붕 위로 걸어 다녔고, 집 안에 들어갈 때도 지붕에 난 구멍으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황당하지만, 당시엔 침입자를 막는 가장 효율적인 구조였을 것이다.

문화도 흥미롭다. 집 안에 조상의 유골을 모시거나 벽에 황소 뿔을 장식하는 풍습이 있었다. 괴베클리 테페의 거대한 종교적 전통이 공동 신전에서 가정집 안으로 들어온 과도기적 모습이다.


비블로스 — 성경(Bible)이라는 단어를 만든 도시

레바논에 있는 곳으로, 성경 지명으로는 ‘게발’이다. 약 9,000년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고, 신석기부터 청동기, 철기, 로마 시대를 거쳐 지금까지 사람이 계속 살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연속 거주 도시 중 하나다.

나중에 페니키아의 중심지가 되어 이집트와 파피루스를 거래했는데, ‘Bible(성경)‘이라는 단어가 바로 이 도시 이름 ‘비블로스’에서 왔다. 우리가 읽는 성경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 고대 무역 도시의 이름을 품고 있는 셈이다.


다마스쿠스 — 여리고의 영원한 라이벌

시리아에 있고, 고고학자들 사이에서 여리고와 ‘세계 최고(最古) 도시’ 타이틀을 놓고 계속 다투는 곳이다. 약 10,000~11,000년 전부터 주거 흔적이 발견된다.

구약에서는 아브라함의 종 엘리에셀의 고향으로 언급될 만큼, 족장 시대에도 이미 잘 알려진 대도시였다. 그 역사가 신석기까지 올라간다.


수사 — 에스더서의 배경이 신석기 마을에서 시작됐다

이란에 있는 도시로, 에스더서에 나오는 아하수에로 왕의 궁전이 있던 곳이다. 약 9,000년 전 신석기 마을로 시작해서 엘람 제국, 페르시아 제국의 핵심 도시로 성장했다. 다니엘과 에스더가 활동했던 그 화려한 제국 도시의 뿌리도 결국 작은 신석기 정착지였다.


연결해보면

괴베클리 테페라는 거대 신전을 파묻고 흩어진 사람들이, 여리고·차탈회위크·다마스쿠스 같은 곳에 제각각의 스타일로 정착하기 시작했다. “바벨탑 이후의 흩어짐”이라는 성경의 큰 흐름이 고고학적으로는 이 도시들의 탄생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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