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가 여기까지 오는 데 약 1년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세 개의 플랫폼을 거쳤고, 몇 번은 거의 다 됐다고 생각했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시작은 작년 5월이었다.
이 글을 읽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용어들
Cursor — AI가 탑재된 코딩 도구. 코드를 작성하거나 서비스를 만들 때 AI와 대화하며 개발할 수 있게 해준다.
SEO — 검색엔진 최적화. 구글·네이버 같은 검색엔진에서 내 글이 상위에 노출되도록 최적화하는 것.
API — 두 서비스가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연결해주는 통로. GPT API는 ChatGPT 기능을 내 서비스에 붙여 쓸 수 있게 해준다.
프롬프트 — AI에게 내리는 명령 또는 지시문. “2000자로 써줘”처럼 AI의 행동 조건을 설정하는 텍스트.
티스토리 — 카카오가 운영하는 블로그 플랫폼. 무료로 쓸 수 있지만 카카오 서버 위에 올라가는 구조라 완전한 소유는 아니다.
워드프레스 —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웹사이트 제작 플랫폼. 플러그인으로 기능을 추가할 수 있지만 코드가 무겁고 복잡하다.
호스팅 — 내 웹사이트 파일을 인터넷에 올려두는 서비스. 집으로 치면 땅.
캐시(Cache) — 브라우저가 속도를 위해 저장해두는 임시 데이터. 설정을 바꿔도 캐시가 남아있으면 이전 화면이 보인다.
포스팅 — 블로그나 SNS에 글을 올리는 것. 또는 올라간 글 자체를 가리키기도 한다.
Make — 여러 서비스를 연결해 자동으로 작동하게 해주는 자동화 툴.
플러그인 — 워드프레스 같은 플랫폼에 기능을 추가해주는 작은 소프트웨어.
커스텀 플러그인 — 기존에 없는 기능이 필요할 때 직접 만든 플러그인.
에어테이블(Airtable) — 스프레드시트와 데이터베이스의 중간 형태인 서비스. 여러 앱과 연결해 데이터를 관리하거나 자동화에 활용할 수 있다.
유튜브 영상 하나가 문제였다
정확히는 Cursor로 만든 블로그 자동화 영상이었다. 키워드를 넣으면 네이버 SEO 상위 글들의 제목을 분석하고, 그 키워드가 들어간 새 제목을 만들고, 그 제목에 맞는 글까지 써주는 시스템이었다.
GPT API를 연결해서 직접 따라 해봤다. 그런데 2000자 제한을 프롬프트에 넣으니까, GPT가 글을 쓰고 2000자가 안 된다고 버리고 다시 쓰고 또 버리고를 혼자서 무한 반복하면서 글을 내놓지를 않는 거다. 글 품질도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 한 가지 질문이 생겼다. 글을 써주는 기계보다 중요한 건, 그 글을 어디에 올려서 뭘 할 거냐는 거였다.
같은 채널의 다음 영상은 티스토리 자동 포스팅이었다. 그걸 보면서 생각했다. 이왕 할 거, 나중에 옮길 필요 없게 전세 말고 자가를 구입해야겠다.
그때부터 고생길이 시작됐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일단 시작했다
호스팅거에서 호스팅을 하고, 워드프레스를 하는 동안 매일 수십 장의 스크린샷을 GPT에 올렸고, 한 땀 한 땀 메뉴를 만들고 페이지를 쌓아갔다.
이 시기의 가장 짜증나는 건 캐시 문제였다. 설정을 바꿔도 바로 적용이 안 됐다. 그래도 이건 양반이었다.
Make를 써서 글이 자동으로 올라가게 하는 데, 코드 형식 문제로 실행하고 에러 찾고 고치고를 무한 반복했다. 천신만고 끝에 글은 올라갔다. 그런데 대표 이미지가 문제였다. SEO도 신경 쓰였고, 홈 화면에 새 글이 올라오면 자동으로 그리드에 들어오게도 만들었기 때문에 이미지는 꼭 넣고 싶었다. 유료 플러그인 없이는 fifu라는 플러그인으로 랜덤 이미지를 보이는 척 걸어두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다 커스텀 플러그인을 만들어서 올려보기도 했다. 카테고리별로 이미지를 저장해두고 세 가지 키워드의 카테고리 글이 올라가게 하려고 Airtable을 Make에 연결해서 이것저것 시도했다. 결국 만족할 만한 결과는 얻지 못했다.
그렇게 워드프레스를 방치해두고, 이후 거의 1년을 블로그 관련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지냈다.
그래도 배운 게 있었다
AI가 이렇게 하면 된다고 말하는 건, 모두가 다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게 아니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일일 수 있다. 직접 해봐야 정말 되는 건지 알 수 있다. 그래서 하다가 뭔가 느낌이 쌔할 때는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와서, 이게 정말 최선인지, 맥락의 맥락에서 길을 잃은 AI가 내가 원하는 걸 정말 이해하고 있는지 처음부터 다시 돌아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AI 말만 믿고 잘못된 길로 얼마나 멀리 가게 될지 상상도 할 수 없다.
워드프레스는 그 자체로 엄청나게 많은 코드가 무겁게 엉켜 있었다. 돈 안 쓰고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었고, 로컬에서 잘 작동한다고 웹에서도 된다는 보장도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입문해서 해보기에 굉장히 어려운 프로젝트였다. 그런 만큼, 지금의 더 발달한 AI 세상에서 편의를 충분히 누릴 수 있게 해준 멋진 삽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