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서 가장 신비로운 지명 두 개. 하나는 욕망의 끝이고, 하나는 도망의 끝이다.
오빌이 어디인지 아무도 모른다
성경(왕상 9-10장)은 솔로몬의 배가 홍해 항구 에시온게벨을 출발해 오빌에 이르렀고, 왕복하는 데 3년이 걸렸다고 기록한다. 가져온 것은 순금, 백단목, 보석, 상아, 원숭이, 공작새였다.
학계의 주요 후보지는 세 곳이다. 아라비아 반도 남부(예멘, 오만)는 창세기 10장 족보에서 오빌이 아라비아 계열로 등장한다는 근거가 있지만, 항해에 3년이 걸리기엔 너무 가깝고 상아와 원숭이의 자생지도 아니다. 동아프리카(에티오피아, 소말리아)는 성경의 수입 품목과 잘 맞지만 공작새는 인도가 주산지다. 인도 서해안은 성경에 쓰인 상아·원숭이·공작이라는 단어가 고대 타밀어에서 유래했다는 언어학적 증거가 있고, 계절풍을 이용하면 왕복 3년이 가능하다.
1946년 이스라엘 텔 카실레 유적에서 기원전 8세기 토기 조각이 발견됐는데, 거기 고대 히브리어로 “오빌의 금 30세겔”이라 적혀 있었다. 오빌이 가상의 공간이 아니라 당대인들에게 실존하는 최고급 금의 원산지였다는 건 증명됐다. 다만 그게 어디인지는 여전히 모른다.
다시스는 또 어디일까
다시스의 배들은 3년에 한 번씩 은, 금, 상아, 원숭이, 공작을 실어 왔다(왕상 10:22). 에스겔 27장은 다시스가 은, 철, 주석, 납을 공급하는 거대한 무역 중심지였다고 기록한다.
가장 유력한 학설은 스페인 남부 타르테소스다. 고대 지중해 서쪽 끝에 위치한 페니키아 식민 무역 도시로, 성경의 기록대로 은·철·주석·납의 산지였다. 아예 특정 지명이 아니라 먼바다를 항해하는 대형 원거리 무역선 자체를 가리키는 일반 명사라는 설도 있다.
요나가 “다시스로 가는 배를 탔다”는 구체적 표현을 고려하면 지명으로서의 성격이 더 강하다.
솔로몬에게는 욕망의 끝, 요나에게는 도망의 끝
솔로몬이 다시스로 배를 보낼 수 있었던 건 이스라엘의 기술 덕분이 아니었다. 페니키아 왕 히람의 선원들과 연합했기에 가능했다(왕상 9:27).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스페인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먼 곳, 최고의 부가 모이는 시장이었다.
요나에게 다시스는 달랐다. 하나님이 앗수르의 수도 니느웨(동쪽)로 가라고 하시자, 요나는 정반대 방향인 다시스(서쪽 끝)로 가는 배를 탔다. 하나님은 가나안 땅의 신이니, 문명의 끝까지 가버리면 닿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결과는 알려진 대로다. 지중해 한가운데에서 폭풍을 만났다. 거대한 무역 네트워크와 튼튼한 다시스의 배도 하나님의 주권 앞에서는 나뭇잎에 불과했다.
666달란트라는 숫자가 우연이 아니다
열왕기 기자는 솔로몬이 오빌에서 가져온 금의 무게가 666달란트에 달했다고 기록한다(왕상 10:14). 이 숫자를 굳이 기록한 건 솔로몬을 칭송하기 위함이 아니다. 신명기 17장은 왕이 삼가야 할 제1원칙으로 “자기를 위하여 은금을 많이 쌓지 말라”고 경고한다.
독자들로 하여금 이 왕이 하나님의 경고를 정면으로 어기며 파멸의 길로 걸어갔구나를 깨닫게 만드는 장치다.
솔로몬이 죽자마자 오빌의 금들은 이집트 왕 시삭에게 약탈당했다. 훗날 바빌론의 느부갓네살이 나머지를 싹쓸어갔다. 화려한 번영의 결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