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가인(창세기 4장)은 “구리와 쇠로 여러 가지 기구를 만드는 자”였다. 그런데 그의 먼 후손인 노아(창세기 6장)는 방주를 지을 때 금속 못이 아니라 나무 못과 역청을 썼다. 연대기 순서로만 보면 이상한 일이다.
‘기술이 있다’는 것과 ‘쓸 수 있다’는 건 다른 얘기다
두발가인이 금속을 다룰 줄 알았다는 건, 당시 금속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칼 한 자루를 만드는 것과, 축구장 크기의 방주에 박을 수만 개의 금속 못을 생산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초기 금속은 극히 귀했다. 자연 상태에서 순수한 덩어리로 발견되는 구리나 금을 두드려 만든 것이라, 방주 건조에 쓸 만큼 조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다. 게다가 금속 못은 바닷물과 습기에 녹이 슬어 나무를 썩게 만든다. 나무 못과 역청은 물을 먹을수록 단단해지고 부식에 강하다. 당시 공학적으로는 오히려 금속보다 신뢰할 수 있는 선택이었던 셈이다.
가인 계열과 셋 계열은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금속 기술을 발전시킨 건 가인의 후손들이었고, 방주를 지은 노아는 셋의 후손이다. 두 계열은 문화적으로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가인 계열은 도시를 짓고 무기와 악기, 금속 기술을 발전시켰다. 셋 계열은 하나님을 찾으며 비교적 단순한 목축 위주의 삶을 살았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세상의 타락상을 생각해보면, 노아가 가인 계열의 기술자들에게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노아는 하나님이 알려주신 방법 — 나무와 역청이라는 가장 근원적이고 확실한 방법으로 방주를 완성했다.
그럼 두발가인의 금속은 어떤 수준이었을까?
성경에 언급된 ‘쇠’가 우리가 아는 제련된 철이 아니라 운석 철이나 천연 금속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신석기 시대에도 땅 위에 떨어진 운석을 두드려 도구를 만든 흔적이 발견된다.
금속이 주류가 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는 온도 문제였다. 금속을 녹여 합금을 만들려면 1,000도 이상의 가마 기술이 필요한데, 그건 신석기 말기에나 가능해졌다. 돌은 발에 치일 만큼 흔하지만 금속은 구하기도 힘들고 가공도 까다로웠으니, 대규모 공사에는 여전히 검증된 나무와 돌 공법이 주가 되었다.
두발가인은 희귀한 기술을 가진 선구자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술은 방주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정교하게 깎는 도구 — 그 원형이 되었을 수 있다.